인기남의 애환
외모가 잘나진 못했어도 타고난 건강만큼은 자랑했는데 그 마저도 60나이에 들고 보니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배운 지식이 짧은 데다 어눌한 말솜씨에 유머나 위트도 없습니다.
천생이 음치 박치 몸치요 눈치까지 없는데다가 패션 감각도 부족해 누가 봐도 딱 촌놈 스따일입니다.
그런 제가 요즘 한 인기를 누리고 산답니다.
묘령의 여인들로부터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를 받는데 그것도 돈을 막 빌려주겠다는군요.
돈이야 항상 필요하지만 남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서 사양하느라 바쁩니다.
상냥한 목소리의 어느 아가씨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바꿔 주겠다면서 내 이름과 주소를 따려고도 합니다.
이번에도 정중히 거절을 합니다만 참 미안스럽습니다.
운동 삼아서 2~30여분을 걸어서 사업장으로 출근을 합니다.
큰 길 횡단보도 앞에서 7~8명의 아주머니들이 반갑게 다가오더니 종이컵에 담은 커피와 휴대용 휴지를 주네요.
허, 내가 명색이 커피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공짜 커피를 얻어 마실 수야 있나요.
교회이름이 인쇄된 휴지만 받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서초동에 새로 지어진 세계에서도 몇 번째로 많은 재적 신자수를 자랑한다는 ‘사랑의 교회’ 셔틀버스가 일요일 아침에 지하철역 앞에서 사람들을 실어가는 모습을 보았거던요.
하나님 사랑도 마케팅인가요? 휴지에 새겨진 교회도 우리 동네에서 최고로 큰 교회로군요.
담임목사의 전별금으로 수십억 원을 주었다느니 건축헌금의 횡령이 있었다느니 옛 목사파와 새 목사파간의 갈등과 분쟁이 있다는 그 초대형교회입니다.
카페보다 숫자가 더 많다는 가히 교회천국의 나라입니다.
동네 슈퍼와 골목시장이 고사한다고 백화점 셔틀버스의 운행을 폐지했던 일도 생각나네요.
신자를 싹쓸이 해가는 대형교회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군소교회간의 경쟁을 보면 남의 일만 같지도 않습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카페가 생기고 동네 마다 골목마다 다닥다닥 카페라니 이 또한 가히 카페천국입니다. 우리 작은 커피가게 인근에 얼마전 4층 빌딩을 전체로 쓰는 매머드 카페가 오픈을 했거던요.
16년을 넘게 운영해 온 생업의 터전을 도저히 더 이상은 경쟁력이 없어 접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이번에도 생면부지의 중년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다가와 휴대용 물티슈를 주네요.
최신시설을 갖춘 치과병원을 개업했는데 저렴한 임플란트 비용에 스케일링을 비롯 서비스가 많으니 꼭 찾아오라고 신신 당부를 합니다.
헐, 내 치아가 부실한 것 까지 어떻게 알고서...........
몇 걸음을 걸어가다가 10여 미터 전방에서 오는 아가씨 둘과 눈이 마주쳤는데 딱, 느낌이 옵니다.
저 아가씨들은 분명히 나를 헌팅하려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 실례합니다. 인상이 참 복덕이 많아 보이십니다. 저희들은 도를 닦는 젊은이들인데 잠깐만 시간을 내 주시면.........”
아, 이 더운 날씨에 무슨 길을 닦는다고? 쓸기도 힘들텐데 닦기 까지 한단 말인가? 쓸데없이 수고하지 말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좋은 길을 닦는 것이라고 충고하고 싶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와 아가씨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야릇한 미소까지 지으니 중년 나이에 영 난처하기 짝이 없습니다.
간신히 아가씨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돌아서는데 딩동딩동 전화기가 또 울립니다.
“인터넷과 TV 시청을 결합해서 바꾸시기만 하면 60만원을 드리고 상품권도 드리고.............. ”
딩동딩동
“위험에 노출된 고객님의 계좌를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사용하시는 카드로 결제를 하시면 보너스로..........”
“좋은 조건으로 대출상담을 해드리려고.............”
“필요하신 돈을 빌려 드리려고.........”
“대박칠 부동산 투자정보를 알려드리려고.......”
딩동딩동
딩동딩동
딩동딩동
.............
아하!
인기라는 것은 불편하기도 한 것이라는 깨달음 속에 애타게 나를 찾는 여인들의 번호를 스펨등록 해버립니다.
내 얼굴이 그렇게 복덕있게 생겼단 말이지?
나 보다 조금 더 잘 생긴 라이벌 현빈이나 김수현이는 얼마나 귀찮을꼬?
에혀!
그런데 내가 이렇게 인기남 인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구박만 하는 한 여인도 있습니다.
샤워후에 목욕탕을 정리하지 않았다고 구박하고, 혼자 술 마시고 식탁을 정리하지 않았다고 구박하고, 라면 끓여 먹고 빈 그릇을 씻어 놓지 않았다고 구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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