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는 즐거움 나누는 행복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폐지를 보면서 봄이 오는 것을 시기하는가? 피는 꽃을 시샘하는가? 우수 경칩이 다 지났건만 한 겨울 못지않은 추위가 기승이다. 설이 지난 후에 이처럼 추위가 엄습하면 옛날 어른들께서는 '설을 거꾸로 쇠려나.' 라는 식으로 엄살을 부렸다. 우리 나이가 어언 60줄에 들고 보니 세월이 뒤로 흘러 거꾸로 설을 쇠고 나이가 한 살 젊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허황한 생각을 다 해본다. 산촌이며 농촌인 우리 고향에서는 이맘때가 연중 좋은 때였다.여유로운 농한기인 정월 한 달을 내내 먹고 노는 일로 지냈다. 부모님과 가까운 일가에게는 설날 아침에 세배를 드리고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냈고, 이웃 어른들과 근동 원동의 친척들께는 초이틀 초사흘 나흘 차차로 세배인사를 다녔다.세뱃돈은 받지 못해도 떡국과 유과 강밥(강정) 엿 곶감 과일 등등의 음식 대접을 받았는데 다 비슷비슷한 종류의 음식상이지만 그 집만의 맛과 정성이 들어 있었다. 정월대보름은 또 하나의 2부 설 같은 큰 명절로 더욱 다양한 세시풍속과 함께 먹거리를 즐겼다. 풍성한 보름상에는 구운 김이나 귀한 생선이 오르기도 했고 주로 해를 묵힌 묵나물들로 참기름 한 방울과 간장이면 충분했다.집에서 담은 가양주나 맑은 술을 귀밝기 술이라해서 어린이도 한 잔 하는 때이다. 하이라이트인 달집태우기를 비롯해 풍물을 치며 가가호호 지신밟기를 하면 감사의 정표로 약간의 돈과 주안상을 내었다. 동네 가운데 광장에서 윷놀이 척사대회가 벌여지고 막걸리 통과 술안주가 옆에 있었다.여자아이들은 큰 바가지를 들고 여러 집을 돌며 각종 나물과 오곡밥을 거두어 비빔밥을 해 먹으면 천하의 별미였다. 타향살이 수십 년이 지났어도 소싯적 추억들은 잊어지지가 않는다.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도시로의 진출이 시작되었기에 젊음의 추억을 한 가지라도 더 만들고 싶었던 때였다. 이웃 마을과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유행처럼 끼리끼리 어울려 다른 마을 친구네 집에서 밤을 세며 놀았다. 어른들은 나무라지 않았고 가마솥 가득 아침밥을 지어 주셨는데 *짜구가 나도록 맛나게 많이 먹었다.그런 일들이 특히 추억에 깊이 남는다. 설 명절이 일가친척 위주라면 대보름은 마을 위주의 명절이다. 음지담 새말 뒤에 당산나무가 있고 동구 앞 냇가에는 돌탑을 쌓아 조상껄이라 부른다.그곳에 금줄을 치고 오곡약밥을 올렸다. 경건한 마음으로 동제를 지내고 자연과 신들과도 음식을 나누었다. 종교적 배타나 샤머니즘이라고 경시하거나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농경사회 공동체의 안녕을 비는 뜻이요 오래된 마을의 전통 풍습이다. 요즘 그 추억의 고향 경상남도가 학생급식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런 뉴스 앞에서는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선진외국의 원조로 강냉이 죽을 급식 했던 50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알량한 죽을 모두에게 나눠주지 못해서 선생님은 가정실태를 조사했다. 아버지의 직업과 집에 논이 몇 마지기냐? 밭이 얼마냐? 소는 있느냐? 기와집이냐 초가집이냐? 등등을 물었는데 아마도 묻는 선생님께서도 고역이었으리라. 요즘 비속어로 쪽이 팔려서 우리가 부치는 서마지기 논은 소작이요 소는 배냇소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다. 도시락을 싸지 못한 날 급식도 받지 못해 굶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뚜껑에 나눠주던 그 고소한 강냉이 죽을 잊지 못한다. 꼬챙이를 젓가락삼아 먹으면서 부끄러움과 자존심 사이에서 아파했던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학교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로 가는 곳’이 아니라며 무상급식을 전면 중단하고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화를 하겠다는데, 상처 받을 동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무상급식의 시행은 물론 이슈가 되기 전일 때,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상남도만이 무상급식을 했던 것으로 아는데, 그 자랑스러웠던 경상남도의 지사께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상급식 중단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상남도에서는 처음에 2007년도 거창군에서부터 먼저 초등고등학교를 시작으로 2008년 기초단체장 선거공약으로 채택돼서 2010년까지 시군이 주체가 되고 고교급식까지 지원 확대 되다가 2010년 당시 경상남도 도지사와 교육감의 합의로 무상급식이 추진되다.) 음식은 아픔일 수도 있고 행복일 수도 있다. 며칠 전에 설 때 못 갔던 고향을 다녀왔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대를 이어 집안을 지키시는 우리 큰형님과 형수님, 큰집 작은집 등등의 이웃 친척들이 있어 고향길은 마음의 힐링이 된다. 특히 아지매들이 나눠주신 토속 음식은 정과 추억의 맛이 곰삭아 있다. 충청도 출신인 아내와 서울에서 자란 아이들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경남 유일의 대표 음식, 콩잎 장아찌와 담북장을 먹는 이 순간 행복을.......... 홍준표 지사님이여! 학교를 공부도 하고 밥도 먹는 곳으로 만들어 주시라. 밥 먹는 것은 국어공부 산수공부 몇 배 이상의 공부요 아이들이 밥 먹는 그 순간만큼은 빈부가 없이 모두모두 행복하게 해 주시라. 담북장 같이 맛있는 경상남도의 자긍심을 갖게 해 주시라.
*짜구: 과식으로 인해 탈이 날 정도라는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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