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양말 洋襪]
실이나 섬유로 짜서 맨발에 신도록 만든 물건. 세는 단위는 짝, 켤레, 타(打), 죽,이다.
‘버선’을 나타내던 한국식 한자어 ‘말(襪/靺)’에 서양에서 들어온 것임을 나타내는 접두사 ‘양(洋)-’이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따라서 이 말의 본래 의미는 ‘서양에서 들어온 버선’ 혹은 ‘서양 버선’인데 현대 국어에서 ‘襪/靺’이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이를 따로 분석하지 않고 하나의 한자어를 이룬 것으로 보았다.
-브리태니커 백과에서-
버선의 일본식 이름으로 양말을 ‘다비’라고 부르면서 자랐던 옛날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지만 우리또래들이 어렸을 때는 많이 썼던 말이다.
헐벗고 가난했던 그 시절에는 요즘처럼 양말도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여름날에는 양말이란 걸 아예 신지도 못하고 그냥 맨발로들 뛰어 놀았다.
선들선들 바람에 가을 냄새가 묻어오기 시작할 때쯤이면 어머니는 시렁위의 반짇고리를 내려서 한숨과 함께 형제들의 헤어지고 낡은 양말들을 꿰매었다.
이른바 월동준비였는데, 발가락 코와 뒤꿈치 부위가 떨어지고 닳고 빵꾸가 나버린 양말들을 다른 헝겊조각으로 덧대어 기웠다. 수선한 양말의 모양은 이상했고 착용감은 불편했다.
친척이나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면 몰골 흉한 양말이 무척이나 신경이 쓰여서 마음대로 놀지도 못했다.
중학 일학년 때, 어머니 대신 누나가 내 떨어진 양말을 기워 주었는데, 비슷한 색깔의 천이 없어서 이것저것 가져다 붙인 얼룩덜룩 모자이크 양말이 창피스러워 신지않겠다고 땡깡을 부렸다.
아침부터 누나를 울리고 밥도 먹지 않은 채 눈길 얼음길 10여리가 더 되는 신작로를 맨발로 학교를 갔던, 그 겨울날의 부끄럽고 아픈 기억은 평생 트라우마가 되었다.
어느 시점인가 신소재 나일론제품 ‘낙하산양말’이 나왔었다.
낙하산 줄처럼 튼튼한 실로 만들었다는 이 양말은 모나 목이나 면에 비해 착용감과 보온력은 떨어졌지만 잘 헤어지지 않고 질겼기에 매우 인기가 좋았다.
냇가에서 얼음썰매 ‘시게토’를 타고 놀다가 젖은 신발과 양말을 모닥불에 말리다 보면, 조그만 불티에도 쉽게 타버리는 것이 흠이었던 낙하산 양말이다.
요즘은 그런 싸구려 나일론 양말은 사라지고 없다. 고급 섬유에다가 화려한 디자인, 각종기능성 양말까지 양말의 세계도 엄청난 발전을 했다.
다시 찾아온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여러 명 자식들에게 추석빔으로 양말 한 켤레씩 사주기도 어려울 만큼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없는 살림에도 솜씨 좋게 송편을 빚어 주시던 어머니가 그립다.
예전에 비하면 먹을거리 입을 거리가 매우 풍족한 세상이다.
그런데도 생활엔 여유가 없고 시간은 항상 바쁘기만 하다.
서민 경제는 점점 나빠지고 골목 상권이 침몰지경에 이르러 자영업자인 나의 형편도 말이 아니다.
주변 골목에서 양말을 싸게 팔고 있는 트럭을 만났다.
경제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난 공장에서 땡 처리 한 양말들이라고 한다.
저렇게 곱고 질 좋은 양말을 만들어서 땡처리 한 양말공장 사장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품질 우수한 길거리 표 양말 한 타를 사들고 오면서 잠시 양말에 대한 생각에 빠져본다.
게으른 총각시절 빨지도 않고 몇 켤레씩 처박아두었다가 다시 골라 신던 냄새 고약한 기억, 뒤집은 채 벗어놓았다가 아내로부터 된통 혼이 났던 신혼 때의 일, 겨울 설악산에서 내 젖은 양말을 벗기고 자신이 가져온 여분의 것을 신겨주던 산친구와 뽀송뽀송했던 의리의 등산양말.......
우리의 신체 중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특히 발은 그 중요성에 비해 소홀히 취급받고 있다.
알고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발이요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도 하고 발이 건강하면 몸 전체가 건강해진다고도 한다.
오늘 산 이 양말이면 내 발은 따스한 겨울을 충분히 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주변에 마음과 발이 시린 사람은 있지 않을까 살펴보고, 평소 소원했던 친지 친척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누면서 양말처럼 따스한 정을 느끼는 그런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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