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인생)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임공이산 2015. 1. 8. 11:00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 편의 저 예산 독립영화가 또 한 번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흡사 몇 년 전에 상영되어 화제를 몰고 왔던 ‘워낭소리’를 연상케 하는 다큐영화 ‘님아, 저 강을 건너지 마오.’ 이다.

강원도 횡성의 강변 오두막집에 사는 89세의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는 소녀 소년처럼 맑고 순수한 심성의 주인공들로서 76년째 해로하고 있다.

알콩 달콩, 티격 태격, 늙은 연인들의 로맨스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고 안타까움과 눈물을 쏟아내게도 한다.

열네 살 소녀가 스물두 살 총각을 처음 만나게 되는 과거 이야기는 김유정의 소설 ‘봄 봄’을 연상시킨다. 소설 속 주인공은 색시를 얻기 위해 3년 7개월간 장인에게 머슴살이를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 할아버지는 6년간이나 머슴살이를 하면서 얻은 어린 색시가 차마 사랑스럽고 아까워 손으로 어루만지기만 했다는데.......

아~ 아 그러나 어쩌랴. 무정한 세월을 어찌 잡을 것이며 나이 들고 늙어 감을 무슨 힘으로 막겠는가. 무쇠처럼 단단했던 청년은 거울조차 기둥에 걸지 못할 정도로 쇠락해 버렸으니 누구를 탓하고 무슨 욕심을 더 내겠는가. 우리는 순리를 거역하지 않고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는 두 노인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함께 슬퍼한다.

하물며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에도 저리 억장이 무너지는데, 열두 명 자식을 낳아서 다 건사시키지 못하고 여섯이나 가슴에 묻어야 했으니, 헐벗고 주린 배 움켜지고 전염병이 돌아도 병원한 번 가지 못했던 과거의 쌓인 한을, 저승길 앞두고서야 속옷 한 벌씩 사주면서 속죄하며 풀어가는 부모의 심정을 우리는 십분이나마 이해 하는 것이다.

 

그예 할아버지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렇게도 사랑하는 색시를 두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저승길을 혼자서 가버렸다.

평생을 함께 해온 반려자와의 이별이란 얼마나 슬픈 것인가. 슬픔을 삭이면서 가신님의 저승길 의복을 챙겨드리는 할머니의 고귀한 사랑 앞에 또 다시 깊은 감동에 빠져든다.

 

 

 

여기 두 분을 위해 고시 ‘공무도하가’를 옮겨 적는다.

 

 

公無渡河歌

 

公無渡河(공무도하) 님아 강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님은 결국 강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將奈公何(장내공하) 장차 님을 어이 할거나

 

 

 

 

 

 

 

'자작글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로니에 시 낭송회  (0) 2015.05.30
함께 먹는 즐거움 나누는 행복  (0) 2015.03.14
양말  (0) 2014.09.04
홀로 가는 길  (0) 2013.11.23
가을이 가는가  (0) 201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