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인생)

마로니에 시 낭송회

임공이산 2015. 5. 30. 17:19

 

 

 

 

 

 

계절의 여왕 오월도 막바지로 닫고 있습니다.
28일 목요일인 어젯밤에는 무척 뜻 깊고 흥미로운 잔치를 즐겼습니다. 
 
ㅡ제1회 마로니에 시낭송회ㅡ
한국작가회의 시인들께서 시민들과 독자들과 함께 하는 만남의 자리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은 때론 낭랑하고, 때론 우렁차고, 때론 비장하고, 때론 숙연하고, 때론 유쾌하고, 때론 분노하는 시인들의 낭송에 따라 듣는 이들도 모두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노래와 반주와 춤과 영상미학까지 곁들여지고 배우 김용선님의 일인극까지.....
다양한 종합예술의 퍼포먼스였습니다. 
 
 
특히 효림스님께서 쓰신 주옥 같은 글귀의 붓글씨 작품들은 행사가 끝난 후 시민들이 공짜로 나누어 가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원도 속초에서 예까지 오신 시인 이상국 선생님을 만날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평소 선생의 시를 좋아하는 팬이었거든요.
그윽한 목소리로 직접 낭송하셨던 작품을 옮겨 봅니다.
  
 
 

 

 

 혜화역 4번 출구/이상국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 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의 소작이다
내 조상은 수백 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 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 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 메세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 전에 서울에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 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고백하자면 시집 한 권 사본기억이 까마득 합니다.
아이들의 시집을 눈팅하거나 지하철 승강장 안전벽에 새겨진 시를 읽어보는 정도입니다.
혜화역 4번출구 쪽에 꼭 새겨져야만 할 것 같은 선생의 위 작품은 바로 저와 저의 큰딸 이야기를 하는 듯 착각까지 들게합니다.
 혜화역 4번출구 쪽 대학의 비슷한 학과를 졸업시키고 작년에 시집을 보냄으로 농사를 마친 딸이거든요.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촌스럽듯 이상국선생 역시 천상 딸바보임을 알았습니다.
 
 
바쁜 생활이지만 앞으로는 오월의 풀빛 같이 시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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