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詩/ 임공이산
어느 농부의 억울한 희생을 추모합니다.
가을 바람 탓이랴
한 그루 늙은 나무가 쓰러졌다
이리도 서러울 수가
이리도 원통할 수가
주름진 얼룩 일렁이는 잿빛 하늘
쌓인 낙엽 위에 낙엽이 또 쌓이고
채이고 짓밟힌 한이 어디로 흐르나
경건히 봄을 마중하고
절기 따라 신중히 씨 뿌리고
오뉴월 아낌 없이 땀을 적셔
가을 들녘 겸손히 자중했건만
칠십 여생이 부끄러움 없었노라
하늘을 우러러 땅만 팠노라
검버섯 얼굴로도 웃음 잃지 않았노라
이 땅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았노라
흘린땀 쏟은 열정 제 금 치기만 원했노라
무지하고 모진 물대포에 꺾였을 망정
푸른 산하의 서리를 녹이고
초원의 거름이 되고 단비가 되고
세상의 뿌리가 되고 기둥이 되고
황금 들판에 다시 서리라
가을 국화로 다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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