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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야단이지만 우리처럼 소박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남의 나라 얘기처럼만 들린다.
그렇더라도 추석이라고 막역한 지인들로부터 택배 몇 상자가 배달되어왔다. 그 중에 두 박스의 거창사과가 있어 고향 냄새가 나는 듯 반갑다.
맛과 품질로서 전국 최고의 상품이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거창사과는 거창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어렸을 때엔 감은 흔해도 사과는 귀한 과일이었다. 장날 아버지께서 국광 몇 알 사오시면 아껴서 먹곤 했던 기억의 과일이 우리 마을 북상면 중산리에서도 동네를 대표하는 농산물이 되었다. 재작년인가 ‘인간극장’이란 프로에서 ‘사과꽃 당신’이란 제목으로 이웃집 재균이 아재네 이야기가 방송을 타고 감동을 준 일도 있다.
명성과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사과하면 대구라고 배웠었는데, 50여 년 전 선각자 한 분이 거창읍내에서 시배하고, 온난화 기후를 타고 점점 해발이 높은 산골짝으로 진입해 맛과 품질을 개량하고 관리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그 동안 순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닌가보다.
합천댐에서 발생한 안개로 일조량이 부족해 애를 먹었고, 함양군 서상면과 거창군 북상면을 거쳐 가는 남원-영동간 고압송전선계획을 지역민들과 출향민들이 힘을 합해 가까스로 저지한 일도 있다.
최근엔 또 군수와 지역 국회의원이 군민들을 기만하고 읍내에 교도소를 유치해 말썽을 빚었다. 시민단체와 의식 있는 지역민들이 교도소 유치 반대 운동을 하느라 심한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도 힘을 보태주지 못해 안타깝기만 했다. 그 사이에 군수도 바뀌고 국회의원도 바뀌었다, 최종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사드 문제로 시끄러운 성주를 바라보는 눈길이 남의 일만도 아니요 강 건너 불구경도 아니다.
거창과는 가야산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기도 하려니와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국정을 보노라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을 할 수가 없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는 거창 못지않은 청정고을이요 성주를 본향으로 둔 성씨가 삼십이 넘을 만큼 전국 제일의 유림의 고장이요 전통의 반촌이다.
조선의 마지막 선비 김창숙선생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이 고장에 느닷없이 미국산 신무기를 설치하겠다니 대대로 여권 보수 성향 정서에 특히나 박근혜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역민들이 받은 배신감과 마음의 상처가 짐작된다.
예상치 못한 저항에 부닥친 정부가 장소를 또 김천 쪽으로 이전을 검토하겠다니 김천 시민인들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김천은 자두와 포도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안보와 이념을 앞세워 님비 현상이라고 함부로 폄하하지 말자.
어느 곳인들 사드의 고장이란 무시무시한 이미지가 씌워졌을 때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초토화되어버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지는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가진다.
국가는 국가의 이미지가 있고 정부는 정부의 이미지가 있다. 도시는 도시 나름의 이미지가 있고 지방은 지방 나름의 이미지가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도 광고를 하고 최선을 다해 이미지를 관리 한다.
정치인이고 연예인이고 공인이고 일반인이고, 누구나 좋은 이미지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은 미국의 이미지가 일본은 일본만의 북한은 북한의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있다.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아 손가락질을 받고, 성완종 스캔들에 얽혀 실형을 선고 받은 도지사의 이미지가 있는가하면, 전임시장의 천문학적 부채를 3 년 만에 탕감하고 3대 무상복지를 시행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주목받는 시장의 이미지가 있다.
수십조의 돈을 쏟아 부어 살렸다는 강이 녹조로 덮이고 썩게 만들어버린 전임 대통령이 있고, 얼마나 죄가 많기에 경호원에게 둘러 싸여 지낼 수밖에 없는 전임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퇴임 후에 인기가 더 치솟아 매일같이 찾는 방문객과 소통하다가 현직 대통령의 시기를 받아 비운을 맞아야 했던 대통령도 있다.
철저히 개인의 영달과 사리사욕을 추구하며 권력에 빌붙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힘없는 서민과 억울한 노동자를 대변하는 인권변호사가 있고 국가의 정의를 위해 권력과 당당히 맞서는 용감하고 의로운 정치인도 있다.
한 번 더럽혀진 이미지는 좀체 회복하기가 힘들다.
맑고 깨끗한 경북 청송이 청송하면 왜 바로 감호소가 생각날까?
미아리, 청량리, 완월동, 자갈마당, 법원리, 동두천, 하면 무엇을 연상되는가?
순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기 연예인을 볼 때 마다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처럼 사드나 교도소 유치의 미혹에 속아서 좋은 이미지를 버리지 말아야겠다.
어떤 이는 미국이 공짜로 사드를 설치해준다는데 왜 싫다고 하는지 모르겠단다. 이렇게 아둔할 수가 있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며 공짜만큼 나쁜 것이 없음을 왜 모를까.
어떤 이는 거창에 교도소가 들어서면 면회객이 올 것이요 교도관과 가족들이 있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천박할 수가 있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교육의 고장 거창을 거창하면 교도소가 떠오르는 이미지로 바꾸겠다는 우매한 발상을 보았나.
안될 일이다 절대 안될 일이다.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선열들에게 죄 짓는 일이요 앞으로 이 고장에서 살아갈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잔소리를 늘어놓고 보니 개인적 이미지가 걱정된다.
거창 사과처럼 많은 이들에게 상큼함으로 기억된다면 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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