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히자.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영화 '변호인'을 보고서)

임공이산 2014. 1. 20. 20:52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

                                                        (영화 ‘변호인’을 보고서)

 

 

 

 

 

 

 

 

 

 

 

 

 

 갑오년 새해벽두를 달구고 있는 영화 ‘변호인’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더니 드디어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명실 공히 대국민배우 송강호의 명연기와 절절한 모성애로 눈물을 쏟아지게 한 중견배우 김영애, 섬뜩섬뜩한 악인역의 곽도원, 구수한 경상도 남자의 자연스런 연기력을 과시한 오달수, 아이돌 가수에서 일약 아이돌 연기자로 등극한 임시완, 기타 여러 연기자들의 실감나는 연기력도 대단하지만, 대작을 만들어낸 초보 양우석감독의 빛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훌륭한 영화이다.

 

어느 특정인물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멘트와 함께 막이열리지만, 누가 뭐래도 내용은 부산에서 변호사시절을 지내던 고 노무현대통령의 이야기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다섯 번에 걸친 공판을 다룬 것이나 허름한 돼지국밥집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구지 팍팍 넣으면 느끼한 맛이 없어지면서 더욱 구수해진다는 부산의 대표음식 돼지국밥.

떼어 먹었던 한 달분 밥값은 책방에 팔아먹었다가 되산 법전이 되고, 고시공부를 다시 시작해 법조인으로 변신한 노가다 출신 한 청년은 짧은 판사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고향 부산에서 변호사를 개업한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명문대 출신들이 판치는 법조계에서 돈도 빽도 없이 가방끈도 짧지만, 권위와 명예 따위에 연연치 않는 속칭 속물변호사가 된 송우석변호사.

법무사들이 해오던 아파트 등기대행업에 착안하면서 돈을 푸대로 벌어들이지만 밥값을 빚졌던 국밥집의 단골로서 매일매일의 점심을 국밥으로 대신하는 우직한 부산사나이의 전형을 보이는데.....

 

 

‘친구’ ‘해운대’ ‘범죄와의 전쟁’등등이 그렇듯이 부산을 무대로 하는 영화는 대부분 성공을 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유명하듯 부산은 영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서 돼지국밥처럼 구수한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 제2의 큰 항구도시 ‘부산’과 나의 고향이기도 한 경상남도에 주목한다.

부산과 경상도는 우리 근대사에서 굵직굵직한 사건의 발단이 되고 전환점이 되는 역사적 지방이기 때문이다.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게 된 결정적 시발점이 마산의 3-15항쟁으로 비롯되었고, 박정희 유신독재의 종말도 부산 마산 항쟁에 터무니 없이 무리한 진압책을 쓰려했던 것이 요인이었음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다루어지는 부림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과 민주화운동들이 끊이지 않았던 이 지역은, 특히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억울한 주인공 박종철의 고향이기도 하다.

임시완이 연기한 고문 장면들을 보면서 고 박종철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박종철의 죽음은 1987년 대대적 민주화운동의 계기가 되고, 결국 전두환정권의 항복인 6-29로 이어지게 되었다.

1978년에서 시작한 영화의 이야기는 1987년까지 10년간을 다룬다.

주인공 송우석변호사가 사회 부조리에 눈뜨면서 인생 터닝포인트가 되던 그 당시에,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자문을 의미하며 주인공 이름을 배우의 성인 송과 감독의 이름인 우석을 합해 작명했다고 하고 제목 또한 직업인 ‘변호사’란 말 대신에 ‘변호인’으로 지어졌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법정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송우석 처럼 우리 모두가 피고인일 수도 있을 것이요, 그를 변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변호인일 수도 있겠다.

30년 세월이 더 흘렀으나 여전히 그의 외침은 가슴을 치는 웅변이 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민이 바로 국가란 말입니다.”

 

지방색을 강조하면서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일이야 응당 옳지 않은 일이겠으나 부산 경상도인의 정의를 향한 기상만큼은 여전히 식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이 지역에서 송우석변호사 같은 시대적 인물이 다시 출현하기를 고대한다.

 

며칠 앓았던 감기도 다 나았다.

오늘 저녁엔 정구지 팍팍 넣은 구수한 돼지국밥 한 그릇 말아서 소주 한 잔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