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看痴書齋(간치서재)에서

임공이산 2018. 6. 1. 17:34








관악산의 전경을 마주하고 있어 눈이 시원한 이곳은 서울의 변두리 관악구 신림동의 도림천 변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서림동이란 이름으로 행정명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신림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외곽이어서 높은 고층건물도 없고 교통도 좀 불편하고 여러가지로 중심권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지만 서울에이렇게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西林峰(서림봉)을 背山(배산)으로 삼고 흘러들어오는 道林川(도림천)을 臨水(임수)하는 吉地(길지), 오래된 아파트단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거실에서 보는 호랑이를 닮은 호암산의 전경입니다.


30 년이 더 되는 오랜 세월을 사당동과 방배동 일대에서만 살다가 지난 봄에 이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꿈꾸어 온 고향으로의 귀촌은 이루기 힘든 꿈일 뿐이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내나 저나 노후대책을 못했습니다. 아직은 한 참을 더 일을 해야합니다. 나이 든 사람도 고용해 줄 일자리와 출퇴근도 생각해야합니다.

큰 욕심은 없으나 건강까지 나빠진다면 큰일입니다. 서서히 떨어지는 체력에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여러가지를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작년 말 부터 시장조사를 하다가 이 집의 시원스러운 전망이 어찌나 마음에 들든지 바로 결정하고 아내의 이름으로 계약했습니다.

이사를 결정하고 부터 아내는 세간살이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쓰던 가구를 버리고, 입던 옷도 버리고, 책도 버리고,  내 등산 용품도 버리고....오래된 것은 무조건 다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히 이사를 가는 만큼 낡고 헌 것은 모두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하루 하루가 불안했습니다.

헌 고물은 무엇이든 다 버리겠다니, 집도 아내 이름으로 되어있는데......



      도림천을 보면 덕유산 골짜기 고향마을 중산리 도랑이 생각납니다.












이사를 하고서 집들이 겸 형님들을 초대해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형님들께서도 전망이 좋다고 흡족해했습니다.

특별히 효림스님 형님은 看痴書齋(간치서재)란 이름을 지어 글씨까지 써 주었습니다.

간치서재란 당호는 看書痴(간서치)란 말에서 따온 것으로 이는 글만 읽는 바보라는 뜻이요 燕巖(연암)박지원의 절친 雅亭아정)이덕무가 쓴 글이랍니다. 

시원한 거실이 책읽기에 딱 좋으니 역사학을 전공하는 우리 막내 아들이 글만 읽는 바보가 될까봐 염려가 된다고 했습니다만, 그 아들은 이사를 하고 보름만에 입대를 했습니다.

요즘 젊은이 치고는 활자책을 좀 보는 편이긴하지만, 불우한 출신의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 같이 책벌레를 염려할 정도는 택도 없는 녀석입니다.

대학 3학년을 재학하는 동안 거의 매일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했고, 입대하고서도 친구들과 동아리와 학회를 걱정하는 녀석입니다.



         글씨 중 재자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집안에 세명이 오손도손 앉아서 무엇을 할까요.


글이 짧아 평생 아쉬움을 안고 사는 저도 책 좀 읽고 공부를 해야할텐데, 천성이 게으르니 천천히 놀고 쉬고 먹고 자고 마시기는 잘 합니다. 

놀멍 쉬멍 아내와 함께 도림천을 걷고 인근산을 오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남현동이나 서울대 쪽 과천쪽으로만 접근하던 관악산의 새로운 면을 보고 새로운 길을 걷습니다.

관악산의 주능선과 이어지는 삼성산에도 곳곳이 빼어난 절경이고 서쪽으로 연결된 호암산 또 한  웅장한 산세속에 유서깊은 유적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어진 산맥을 가리켜 저는 관악알프스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주말이면 쳐들어오는 손녀와 함께 호암산 둘레길도 걷습니다.


    삼성산 삼막사. 가파른 절벽을 끼고있는 아름다운 이 절은 행정구역상 안양시에 속해 있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를 수료한 아들은 전공인 역사학으로 주특기를 받고 지난 주에 자대로 배치되었는데 근무지가 서울의 동작동 현충원내에 있습니다.

오늘은 유월 초하루.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유월의 첫날입니다.

아들이 신병 훈련을 받는 한 달 동안에 세기적 역사가 몇 장이나 쓰여졌고 지금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남북의 정상이 두 번씩이나 만났고, 북미 정상회담도 예약되어있습니다.

나라를 지키려간 아들 앞에 평화의 노래만큼 용기를 주는 노래가 또 있겠습니까.

나라를 지키는 것은 평화를 지키는 것입니다. 아들과 경쟁을 하듯 추운 광화문 광장을 들락거리던 촛불 집회때가 생각납니다.

위 간치서재의 글자 중 예쁜 모양의 齋자처럼 오손도손 모여앉아 토론도 자주 했습니다.

군대간 아들과 시집간 딸들과 간치서재에 모여서 가족토론을 한다면 주제가 무엇이 될까를 생각합니다.


 6-13 지방선거일도 코 앞에 닥쳤습니다.

북미회담이 잘 되고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6.13 지방선거 현명한 국민의 선택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기를 기원합니다. 

현충원에 잠들어계신 호국영령들이시여.

현충원 밖에서 잠들어계신 순국선열들이시여.

굽어 살피사 보살펴 주소서.

천재일우 국운이 때를 만났습니다.










      간치서재에서 내려다 본 야경입니다. 달이라도 떠 있는 밤에는 혼술도 합니다.